암 진단을 받은 뒤 온라인 커뮤니티나 병원 대기실에서 다른 환자의 이야기를 접하다 보면, 나보다 이른 시기에 발견됐거나 회복 가능성이 높다고 알려진 사람에게 나도 모르게 부러움이나 화가 치밀 때가 있습니다. 그리고 잠시 뒤 '남의 고통을 두고 이런 생각을 하다니, 나는 참 못난 사람'이라며 스스로를 탓하게 되지요. 먼저 분명히 해 둘 것은, 이런 감정이 마음이 약하거나 인성이 나빠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런 마음을 '사회적 비교(social comparison)'라고 부릅니다. 사람은 앞이 잘 보이지 않는 불확실한 상황에 놓이면 '나는 지금 어디쯤 서 있는가'를 가늠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자신을 남과 견주게 됩니다. 암처럼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병일수록 이 비교는 더 자주, 더 강하게 일어납니다. 나보다 상황이 나아 보이는 사람과 견주는 '상향 비교'는 때로 희망과 정보를 주기도 하지만, 동시에 상대적인 박탈감과 부러움을 남기기도 합니다.

위협을 느낄 때 예민함과 분노가 커지는 것도 몸과 마음의 자연스러운 반응입니다. 생존이 걸린 문제 앞에서 신경은 온통 곤두서 있고, 작은 자극에도 크게 흔들리기 쉽습니다. 그러니 평소라면 넘겼을 이야기에도 화가 극으로 치닫는 것은 당신이 유별나서가 아니라, 지금 감당하고 있는 무게가 그만큼 크다는 신호에 가깝습니다.

정작 사람을 더 지치게 하는 것은 부러움 그 자체보다, 그 뒤에 따라오는 자책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감정을 느끼는 나는 간사하고 나쁜 사람'이라는 2차 감정이 덧씌워지면 고통은 두 배가 됩니다. 이럴 때 도움이 되는 것이 '자기연민(self-compassion)'입니다. 힘들어하는 친구를 대하듯 스스로에게도 '그럴 만하다'고 말해 주는 태도이지요. 또한 '나는 지금 부럽고 화가 난다'고 감정에 이름을 붙여(labeling) 알아차리는 것만으로도, 감정에 휩쓸리는 강도가 한결 누그러지곤 합니다.

일상에서는 이런 방법이 도움이 됩니다. 비교를 부추기는 자극, 예컨대 다른 사람의 경과가 끝없이 올라오는 커뮤니티에 너무 오래 머물지 않도록 잠시 거리를 두어 보세요. 시선을 남이 아니라 '오늘의 내 몸, 내 치료'로 돌리는 것도 방법입니다. 떠오르는 감정을 짧게라도 글로 적어 보거나, 믿을 수 있는 가족·친구에게 있는 그대로 털어놓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압력은 내려갑니다.

다만 예민함과 분노, 불면, 무기력이 2주 넘게 이어지거나 일상생활에 뚜렷이 지장을 주고, 특히 '차라리 사라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혼자 견디지 마시고 전문가의 도움을 구하시길 권합니다. 많은 암 진료 기관에는 심리종양(psycho-oncology) 상담이나 정신건강의학과 연계가 마련돼 있고, 이런 도움을 받는 것은 나약함이 아니라 치료의 한 부분입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것으로, 개인의 상태에 대한 진단이나 진료를 대신할 수 없습니다. 마음의 어려움이나 몸의 증상이 지속된다면 반드시 담당 의료진이나 정신건강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