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치료를 마치고 한동안 미뤄 두었던 여행을 떠나는 일은 그 자체로 회복의 한 과정입니다. 다만 오래 걷거나 낯선 환경에 놓이면 몸이 예전과 다르게 반응할 수 있어, 떠나기 전 약간의 준비만 해 두어도 훨씬 편안한 여정을 보낼 수 있습니다.

가장 먼저 확인할 것은 '시기'입니다. 항암이나 방사선 치료가 진행 중이라면 치료 주기와 혈구 수치가 안정되는 때를 의료진과 상의해 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복용 중인 약은 여행 기간보다 며칠 넉넉하게 챙기고, 비행기를 탄다면 반드시 기내 휴대용 가방에 넣어 분실이나 지연에 대비합니다. 약 이름과 용량, 진단명이 적힌 간단한 영문 소견서나 처방 목록을 지니면 현지에서 도움을 받을 때 유용합니다.

면역이 떨어져 있을 수 있는 시기라면 감염 관리에 조금 더 신경 씁니다. 사람이 몹시 붐비는 곳에 오래 머무는 것을 피하고, 손 위생을 자주 하며, 익히지 않은 음식이나 위생이 의심되는 물은 조심합니다. 여행 전 필요한 예방접종이 있는지도 미리 물어보는 것이 좋습니다. 여행 중 열이 나거나 오한이 들면 대수롭지 않게 넘기지 말고 빨리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많은 분들이 놓치는 부분이 '피로'입니다. 치료 뒤의 피로(cancer-related fatigue)는 하룻밤 자고 나면 풀리는 피곤과 달라서, 하루 종일 걷고 맛집을 찾아다니다 보면 갑자기 지치기 쉽습니다. 일정을 촘촘히 채우기보다 하루에 한두 가지 중심 일정만 두고, 중간중간 앉아 쉬는 시간과 물 마시는 시간을 미리 넣어 둡니다. '할 수 있을 만큼'을 그날의 몸 상태에 맞춰 조절하는 것이 무리 없이 여행을 마치는 요령입니다.

수술을 받은 분이라면 그 부위에 맞는 준비도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유방·림프절 수술을 받았다면 팔이 붓지 않도록 무거운 짐을 한쪽으로 오래 들지 않고, 압박 소매를 쓰던 분은 챙겨 갑니다. 장시간 비행에서는 다리가 붓거나 혈전이 생기기 쉬우므로, 자주 발목을 움직이고 일어나 걷습니다. 한쪽 다리만 붓고 아프거나 숨이 차는 증상은 그냥 두지 말고 병원을 찾아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실질적인 대비도 도움이 됩니다. 지병이 있어도 가입할 수 있는 여행자 보험을 알아보고, 머무는 곳 근처의 병원과 약국 위치를 미리 확인해 둡니다. 더운 날씨에는 몸이 쉽게 지치므로 이른 아침이나 해 질 무렵처럼 시원한 시간에 걷고, 물을 자주 마시는 것이 좋습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것으로, 개개인의 상태에 대한 진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여행 계획과 준비는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해 결정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