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속에서 소리 없이, 때로는 요란하게 빠져나가는 가스는 누구에게나 하루에도 여러 번 찾아오는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성인은 하루에 대략 10번에서 20번가량 방귀를 뀌며, 그 양과 횟수는 무엇을 먹었는지, 장 속 세균이 어떻게 활동하는지에 따라 매일 달라집니다. 방귀가 잘 나오고 대변도 규칙적으로 본다면, 이는 장이 멈추지 않고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는 반가운 신호일 때가 많습니다.

가스가 만들어지는 길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음식을 먹거나 말할 때, 껌을 씹거나 급하게 삼킬 때 함께 들어오는 공기입니다. 다른 하나는 대장에 사는 세균이 콩류, 양배추·양파 같은 채소, 통곡물, 유당이 든 유제품처럼 소화가 덜 된 성분을 분해하면서 만들어 내는 가스입니다. 그래서 식이섬유가 풍부한 식사를 시작하거나 식단을 바꾸면 한동안 방귀가 늘어나기도 하는데, 이는 대개 몸이 새 식단에 적응하는 자연스러운 과정입니다.

수술을 받은 분이라면 '첫 방귀'가 특별한 의미를 가집니다. 배를 여는 수술이나 전신 마취 뒤에는 장의 움직임이 잠시 느려지는데(장마비, ileus), 이때 가스가 다시 빠져나오기 시작하는 것은 장이 깨어나 제 기능을 되찾고 있다는 중요한 표시입니다. 의료진이 회복 초기에 '가스가 나왔는지'를 자주 묻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불편할 만큼 가스가 많다면 생활 속에서 조절해 볼 수 있습니다. 천천히 꼭꼭 씹어 먹어 삼키는 공기를 줄이고, 탄산음료나 껌·빨대 사용을 줄이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어떤 음식이 유독 가스를 많이 만드는지 며칠간 기록해 보면 나에게 맞는 식단을 찾기 쉽습니다. 다만 식이섬유를 갑자기 확 줄이기보다는 물을 충분히 마시며 서서히 조절하는 편이 장 건강에는 낫습니다.

대부분의 가스는 걱정할 일이 아니지만, 신호를 구분할 필요는 있습니다. 방귀나 대변이 갑자기 완전히 멈추면서 배가 빵빵하게 부풀고 심한 복통·구토가 함께 온다면 장이 막혔을 수 있으니(장폐색, obstruction) 곧바로 진료가 필요합니다. 또 가스 양상이 오래 크게 달라지거나 체중이 줄고 변에 피가 섞인다면 반드시 의료진과 상의해야 합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전하기 위한 것으로, 개인의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몸의 변화가 걱정되거나 증상이 지속된다면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