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치료를 받다 보면 입맛이 떨어지고 음식 냄새조차 부담스러워, 예전만큼 먹지 못하는 날이 많아집니다. 그런데 같은 양을 먹어도 살이 빠진다면, 단순히 '적게 먹어서'가 아니라 몸이 쓰는 에너지가 늘었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치료 과정에서 체중과 근육이 함께 줄어드는 상태를 의학에서는 악액질(cachexia)이라고 부르며, 회복력과 치료를 견디는 힘에 영향을 줄 수 있어 가볍게 넘기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이럴 때 도움이 되는 개념이 '열량 밀도(energy density)'입니다. 같은 한 숟가락이라도 더 많은 열량과 단백질을 담은 음식을 고르는 것이지요. 입맛이 없을수록 '많이' 먹으려 애쓰기보다 '적은 양에 알차게' 담는 쪽이 더 현실적입니다.
차갑고 부드러운 음식이 의외로 큰 힘이 됩니다. 아이스크림이나 요거트, 푸딩처럼 차가운 유제품은 향이 약해 구역을 덜 자극하고, 입안이 헐었을 때도 비교적 삼키기 편합니다. 여기에 견과류 가루, 미숫가루, 우유나 두유, 치즈, 달걀, 으깬 두부 등을 조금 더하면 부드러움은 유지하면서 열량과 단백질을 함께 올릴 수 있습니다.
한 번에 많이 먹기 어렵다면 '하루 세 끼'라는 틀을 잠시 내려놓고, 2~3시간마다 조금씩 자주 먹는 방식이 부담이 적습니다. 또 식사 직전에 물을 많이 마시면 금세 배가 불러 정작 음식을 못 먹을 수 있으니, 수분은 식사 사이사이에 나눠 드시는 편이 낫습니다.
다만 모든 사람에게 같은 식단이 맞는 것은 아닙니다. 당뇨가 있거나 삼킴이 어려운 경우, 설사·변비가 심한 경우에는 주의할 점이 달라집니다. 체중이 한 달에 5% 이상 빠르게 줄거나 거의 못 먹는 상태가 며칠씩 이어진다면 담당 의료진이나 임상영양사와 상의해 보세요. 필요하면 경구 영양보충제 처방이나 식사 조정을 도와줄 수 있습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것으로 개별 진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증상과 식사 변화에 대해서는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