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팀의 경기를 보다가 답답한 장면에 욱하고 화가 치밀어 오른 경험은 누구에게나 익숙합니다. 평소라면 잠깐 투덜대고 넘어갈 일이지만, 암 치료를 받는 동안에는 같은 순간이 유난히 크게 다가오기도 합니다. 몸이 지쳐 있고 마음의 여유가 줄어든 시기일수록 작은 자극에도 감정이 빠르게 솟구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며, 의지가 약하거나 마음이 좁아서가 아닙니다.

갑작스러운 분노나 흥분은 잠깐 사이 몸에도 반응을 남깁니다. 화가 치밀면 교감신경(sympathetic nervous system)이 작동하면서 심장이 빨라지고 혈압이 오르며 근육이 긴장하고 숨이 가빠지곤 합니다. 건강한 사람에게는 금세 가라앉는 변화지만, 치료로 체력이 떨어졌거나 심장·혈압에 부담이 있는 분, 잠이 부족한 분에게는 두근거림이나 두통, 피로감으로 더 오래 남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화를 참아야 한다'기보다, 솟구친 감정이 몸을 덜 흔들고 지나가도록 돕는 편이 현실적입니다.

도움이 되는 첫걸음은 잠깐 멈추는 것입니다. 화가 확 오를 때 그 자리에서 천천히 숨을 코로 들이쉬고 입으로 길게 내쉬기를 몇 번 반복하면 몸의 긴장이 한 단계 풀립니다. 잠시 화면에서 눈을 떼거나, 물 한 모금을 마시거나, 자리에서 일어나 가볍게 움직이는 것도 좋습니다. 감정에 좋고 나쁨의 꼬리표를 붙이기보다 '아, 지금 내가 답답하구나' 하고 알아차리는 것만으로도 흥분의 정점이 한결 누그러집니다.

더 근본적으로는, 경기 결과처럼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일과 거리를 두는 연습이 마음을 지켜 줍니다. 세상에는 내가 애써도 바꿀 수 없는 일이 많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일은 포기가 아니라 에너지를 아끼는 지혜에 가깝습니다. 치료라는 큰일을 감당하는 동안에는 바꿀 수 없는 것에 마음을 덜 쓰고, 오늘 잘 챙겨야 할 한 끼와 한 번의 산책처럼 내 손이 닿는 일에 힘을 모으는 편이 몸과 마음 모두에 이롭습니다.

다만 분노나 답답함이 경기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자주 솟구치거나, 잠을 이루지 못하고 가슴이 답답한 상태가 이어진다면 이는 단순한 짜증을 넘어선 신호일 수 있습니다. 가슴 통증이 가라앉지 않거나 숨이 몹시 가쁘고 심한 두통이 동반된다면 참지 말고 도움을 청하시기 바랍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것이며 개인의 진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증상이나 마음 상태가 걱정될 때는 담당 의료진이나 상담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