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이나 입원 치료를 받는 중에 '염증수치가 높다', '염증수치가 안 떨어진다'는 말을 들으면 환자도 보호자도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여기서 말하는 염증수치는 보통 혈액검사로 확인하는 CRP(C-반응단백, C-reactive protein)나 백혈구 수(WBC), 때로는 프로칼시토닌(procalcitonin) 같은 지표를 가리킵니다. 이 수치들은 몸 어딘가에서 염증 반응이 일어나고 있다는 신호일 뿐, 그 자체로 '어떤 병인지'를 정확히 알려주지는 않습니다.
특히 복부 수술을 받은 뒤에는 수술 부위가 아무는 과정에서도 수치가 한동안 오를 수 있고, 회복되면서 서서히 내려가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도 떨어지지 않거나 한 번 내려갔다가 다시 오른다면, 의료진은 몸 안에 아직 가라앉지 않은 '염증의 원천'이 남아 있는지 찾게 됩니다.
수술 후 염증수치가 잘 내려가지 않는 흔한 원인으로는, 수술 부위 주변에 체액이 고이며 생기는 고름집(농양, abscess), 소변길의 감염(요로감염·방광염), 폐렴, 혈관에 넣은 관(카테터) 주변의 감염, 그리고 처음 수술과는 별개로 새로 생긴 복강 내 염증(예: 충수염 등)이 있습니다. 원인이 한 가지가 아니라 여러 가지가 겹쳐 있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원인을 찾기 위해 의료진은 혈액검사를 반복하며 추세를 보고, 소변검사와 세균배양검사(culture), 흉부 X선, 복부 CT나 초음파 같은 영상검사를 함께 활용합니다. 배양검사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보통 며칠이 걸리므로, 그동안 광범위 항생제로 우선 대응하다가 원인균이 확인되면 약을 조정하기도 합니다.
치료 방향은 원인에 따라 달라집니다. 고인 고름이 문제라면 가는 관을 넣어 빼주는 배액이 필요할 수 있고, 새로 생긴 염증 병소가 있다면 항생제로 가라앉히거나 상황에 따라 수술을 고려합니다. 기저질환이 있는 분이라면 항생제 치료와 수술 중 무엇이 더 안전한지를 의료진과 함께 따져보게 됩니다.
염증수치가 높으면 재활병원이나 요양병원으로의 전원이 미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환자를 거절한다기보다, 감염이 가라앉지 않은 상태에서 자리를 옮기면 관리가 어렵고 위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답답하더라도 원인을 찾아 치료를 마무리하는 것이 결국 더 빠른 회복으로 이어집니다.
보호자라면 담당 의료진에게 '지금 추정되는 염증의 원인이 무엇인지', '어떤 검사를 더 하는지', '항생제와 시술·수술 중 무엇을 고려하는지'를 차분히 물어보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또한 고령이거나 큰 수술 뒤에는 일시적인 혼란(섬망, delirium)이 올 수 있으니, 이전에 그런 경험이 있었다면 미리 알려두는 것이 좋습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개인의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실제 상태와 치료 방향은 사람마다 다르므로,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시기 바랍니다.